<데이터와 연산장치 Data & Framer>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킹룸은 이 주제를 좀더 우리의 삶과 연결하여 ‘데이터와 그것을 틀 짓는 장치’에 대해 확장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토크를 마련하였다. 각각 유튜브, 게임엔진, 미세먼지, 분산 기술을 중심에 두고 그것의 내외부에서 작동하는 이면의 알고리즘, 새롭게 형성되는 사회기술적 인프라, 그리고 데이터 정치, 새로운 기술적 실천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눈 먼 착륙 :
인공인지모델 ACT-R을 통해 본 유튜브 추천 시스템
11월 9일 (토) 2:00, 오주영
최근 유튜브의 일일 사용자 수는 6,600 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이 중 50 % 이상이 휴대 기기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스트리밍 비디오 중심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보여지는 것(View)'에서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이런 SNS 플랫폼 및 콘텐츠 제공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관심과 시간을 유도하기 위한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 토크에서 작가는 연구 중인 인공인지모델인 ACT-R 모델과 작업 <눈 먼 착륙>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인지적 과정을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할 예정이다.
<눈 먼 착륙>은 조회 수가 높은 유튜브 영상들을 ACT-R로 분석해 현대 사회의 선택과 감상이 과연 오롯이 ‘개인적’이고 ‘고유할’ 수 있는지 묻는 작업이다. 작품은 맞춤형 동영상 제안과 같은 편리한 기술 이면에 도사리는 정치, 경제, 사회적 편향의 가능성을 밝히고 이를 실질적으로 가능케 하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이 토크에서는 이러한 SNS의 추천 알고리즘 시스템들을 소개해 이것들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력을 가지며,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시간과 관심, 그리고 인지적 능력을 사용하게 하는지 확인해 본다.
오주영은 시각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라는 두 가지 학제를 배경으로 하는 인공인지모델인 ACT-R 기반으로 작품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작가 겸 연구자다. 현재 카이스트의 IML소속으로 박사 과정 중이며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등을 통해 작업을 선보였다.
기차와 고구마 :
게임 엔진의 사회-기술적 파이프라인
11월 9일 (토) 5:00, 장정우
게임 엔진은 디지털 게임의 기술적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엔진의 소스코드를 재활용하고 확장하여 게임을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게임 엔진은 개별 게임의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졌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품이 되었고,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들은 이제 유니티, 언리얼 같은 범용 엔진의 라이선스를 구매하여 사용한다.
게임 엔진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엔진이 게임의 ‘느낌’은 물론 게임 생산 조직의 분업 구조와도 불가분의 관계임을 지적해왔다. 이는 게임 엔진이 게임에 활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아셋)와 이를 다루는 여러 직군 개발자의 노동을 한데 모아들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 게임 엔진이 건설업을 비롯한 비-게임 산업에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산업에서 사용되는 CAD 데이터와 게임 엔진에서 구동되는 폴리곤 모델은 존재론적으로 “기차”와 “고구마” 만큼이나 판이하다. 당연히 3D 모델을 만들고 사용하는 조직의 구조도 다르다. 그렇다면 게임 엔진은 어떻게 이 ‘다른’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일까? 엔진의 이동을 다른 산업에서 가능케 하기 위해 게임 엔진사가 플랫폼으로서 수행하는 일은 무엇일까?
장정우는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학부 때는 철학을 전공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공계 출신들에 둘러싸여 기술과 산업 조직의 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게임을 그렇게 열심히 해본 적도 없으면서 언젠가부터 게임 비슷한 것들이 연구 주제라고 말하고 다니고 있다.
두 가지 데이터, 달라지는 책임 소재 :
미세먼지 문제에서 데이터 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11월 10일 (일) 2:00, 김주희
데이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의 이면에는 그것의 생산에 관여하는 모든 요소들의 복잡다단한 정치가 있다. 누가, 어떤 장치를 가지고, 어떤 전제를 바탕으로, 어떤 제도 속에서 데이터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같은 것을 표현한 데이터도 천차만별일 수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데이터도 마찬가지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하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우리는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볼 수도 있고, 특정 성분만 골라내어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따져볼 수도 있으며, 오염물질 배출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토대로 대기 모델링을 수행해볼 수도 있다. 이 토크에서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가 각종 데이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서울대기오염소송(2007~2014)’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정 데이터에 따라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이 달라진다면, 우리는 어떤 데이터를 선택해야 하는가?
김주희는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사와 과학기술학을 공부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에 대해 박사 논문을 집필 중이다. 여러 국제 학회에서 미세먼지 규제 방식의 변화와 신자유주의 통치성, 대기오염 시각화 프로그램의 역사와 중심-주변 문제에 대한 글을 발표하였다. <자연 기계 - 인간과 자연, 환경과 과학기술에 대한 거대한 질문>(이음, 2018)을 공역하였다.
액티비즘과 분산 기술 :
불찬성을 위한 새로운 예술적 전술
11월 10일 (일) 5:00, 바바라 쿠에토
‘액티비즘과 분산 기술’은 디지털 행동주의적 예술에서 디지털 정치의 새로운 상상력을 찾아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예술 연구의 목적은 탈중앙화 분산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대 미술이 어떻게 글로벌 금융 스펙트럼과 그것의 통제로부터 자율적인,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관계를 생성 하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분권화 된 예술 프로젝트의 잠재력를 탐구하여 새로운 형태의 집단성을 고안하는 정치적 과정으로 검토해 보려 한다.
바바라 쿠에토 연구자이자 큐레이터이다. 현재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예술가와 큐레이터가 다루는 분산 기술이 어떻게 포스트 디지털 사회에서 새로운 정치 방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둔 연구를 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 소비, 기술 인프라가 미치는 생태의 영향력을 다룬 <Dutch Savannah>등,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사회적, 정치적, 생태학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큐레이팅 실천을 하고 있다.
통역 김진주, 이 토크는 영-한 순차 통역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