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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버스는 곧 당신이다 : 호버보드, 스눕 독, 그리고 장소와 기억에 대한 주장
미미 오누오하 (Mimi Ọnụọha)      
 번역 최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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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필요한 것을 모두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있다

베벌리 글렌-코플랜드(Beverly Glenn-Copeland), <이미지에서 In the Image>

 

몇 주 전, 내 옛날 제자 한 명이 내게 연락하여 자신이 지금 진행 중이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고 초청했다. 그 프로젝트란, 그 제자가 구축하고 있는 초 대규모의 증강 리얼리티 게임이었다. 내가 할 일은 그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아이템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뭐랄까, 이 경우 "옛날 제자"라는 말은 마치 리한나(Rihanna)를 그냥 가수라고만 소개하는 느낌이다. 물론 사실이기는 하지만... 충분하지가 않다. 이 "옛날 제자"는 바로 아사드 말릭(Asad Malik), 자두(Jadu)라는 회사의 실세 CEO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끄는 팀은 미러버스(Mirroverse)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AR) 게임 세계를 만드는 중이며, 그것도 세계 전체를 만드는 수준이다. 포켓몬 고(Pokémon GO)보다 좀더 정교한 게임 세계면서, 게이머가 아바타와 오브젝트를 통해 세계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담이지만 나는 몇 년 전에 우리 세계에서 손실자료 때문에 포켓몬 고를 플레이할 수 없는 지역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Quartz>에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 현실이 똑같이 자두의 미러버스에도 영향을 미칠지, 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 본다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이제 공개될 미러버스 게임 세계 속에서 게이머가 돌아다니는 능력을 향상시켜 줄 특수 호버보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다. 스눕 독(Snoop Dogg), 그라임스, 루이스 해밀턴 경((Sir) Lewis Hamilton), 크립토아트 큐레이터인 트리피(Trippy) 중에서 단언컨대 내가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아, 잠깐. 가장 덜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왜 이런 유명인사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자두가 우리가 만들 호버보드를 NFT로 만들어서 내놓을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사람들이 게임이 출시되기 훨씬 전에 호버보드를 살 수 있으니까.1

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AR 세계에서 사람들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을 만든다는 행위에 순수한 호기심을 느껴서다.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사랑한다. 내 작업이 그런 개념에 상당 부분 초점을 둔다는 사실이 내가 미학과 시각적 의미를 강조한다는 점을 가리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호버보드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정말로 즐거웠다. 최종 결과로 나온 내 호버보드는 나이지리아 북부의 전통적인 인디고 염색 패턴을 기반으로 한다.2

호버보드는 바로 며칠 전에 첫 선을 보였고,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주 멋지다.

내가 디자인한 호버보드의 위쪽과 밑면.

 

나는 또한 이 프로젝트를 '개입'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지난 반 년 동안 우연히라도 테크놀로지 세계를 다룬 글이나 기사를 읽어 보았다면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차세대 인터넷을 의미하는 단어를 접했을 것이다. 지금 내로라하는 테크놀로지 회사라면 거의 전부가 눈에 불을 켜고 뛰어들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분야이다.

메타버스의 꿈은 지금의 인터넷보다 훨씬 더 확장된 버전의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세계는 안경이나 헬멧 같은 하드웨어로 우리 몸에 좀더 밀착되고, 아바타를 통해 우리의 관심을 더 많이 끌어들일 것이다. 메타버스 속에서 아바타는 (아마도 여러 다른 회사의 플랫폼을 오가면서) 상호운용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물건을 사고, 작업을 수행하고,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할 것이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 스팸 광고를 잔뜩 받아들이겠지만.)3 자두에서 내놓은 AR 게임인 미러버스는 메타버스와 동일한 로직(logic)을 일부 사용하지만, 마크 저커버그 (Mark Zuckerberg)의 판타지만큼 광활하지 않으나 그보다 훨씬 사려 깊다.

내 디자인의 영감이 되었던 Adire 천. 사진 출처는 여기.

 

그 사려 깊다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중요하다. 메타버스에서부터 우주 비행을 상용화하겠다는 테크놀로지 억만장자(머스크)의 질주까지, 테크놀로지 분야의 주요 회사들은 새로운 세계, 그것도 기존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각종 복잡한 요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무척 좋아하는 듯하다. 초기 인터넷을 사용할 때부터, 사람들은 이와 똑같은 허구(fiction)에 매료되었다. 이른바 "새로운 개척지"라는 것을 발견하면 모든 것을 본인에게 이롭도록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뿌리치기 어렵도록 감질나는 아이디어 말이다.

나는 이쪽의 거물들이 가장 중요한 교훈을 배웠으면 한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장소에 가든, 우리 자신과 같이 간다. 우리가 어디에 가든, 우리가 하는 모든 추정과 우리가 가진 모든 특권과 우리가 무언가를 처리하는 방식도 그대로 간다. 여기에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라틴어로 ‘깨끗한 석판’이라는 의미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상태의 마음이라는 의미)라는 것은 없다. 우리가 그렇게 갈망하는 새로운 세계는 우리 자신에게서 나와야 하는 것이지만,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해야 한다.

앞에서 내 호버보드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이 호버보드가 게임 플레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직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디자인한 호버보드에는 몇 가지 비밀 기능이 더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능은 순탄한 개척지라는 신화를 아주 미묘하게 무너뜨리는 작용을 할 것이다. 내가 디자인한 게임 플레이 아이템에는 작업을 진행 중인 예술작품의 추가 레이어가 들어 있다. 이건 호버보드를 보유한 게이머만이 경험할 수 있다. 내 목표는 항상, 그런 작품을 사용하여 게임 속에서 엉성한 장소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4

언제나 그렇듯 나는 그런 엉망진창을 원한다. 메타버스를 생각할 때 내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우리가 돌아왔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헤드셋을 벗으면, 무엇이 남는가? 느낌, 감각, 지식? 무엇이 남는가?

게임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당분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세계에 있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호버보드를 타는 일 말고도 겪어봐야 할 것이 많다.

 

글 미미 오누오하

미미 오누오하(Mimi Ọnụọha)는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으로 데이터 형식에 맞게 만들어지는 세계에 대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이자 연구자이다. 출판, 코딩, 설치 및 비디오 매체들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야기하는 권력 관계와 얽힘,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사회에서 생성된 실종되고 가려진 잔재를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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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말해, 나는 이 프로젝트에서 내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얼렁뚱땅 NFT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2

인디고는 내가 아는 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져 있으면서도 가장 지역 특성이 강한 식물일 것이다. 아이티, 일본, 페루, 멕시코, 나이지리아, 인도 외에도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재배되는 식물이자, 지역보다 더 많은 수의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고유한 전통으로 인디고를 염료로 사용했다. 나는 특히 나이지리아 카노(Kano)의 전통 인디고 염색에 매혹된다. 정말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다. 유럽 식민주의 때문에 환금작물, 즉 돈을 벌기 위해 재배하는 식물로 전락해 버리기는 했지만, 인디고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재배되어 염료로 사용하게 된 것은 노예로 끌려간 우리 흑인들의 지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디고는 언제나 많은 의미를 지니는 식물이다. 장소, 시간, 고통, 아름다움이 서로 얽혀 있되 그 중 어느 것도 다른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지 않는 방식으로 그 모든 것을 분명하게 상기시켜 준다.

3

첨언하자면,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언제나 최신 소식을 알려주는 케이시 뉴튼(Casey Newton)은 그런 비전은 존재할 수 있으나 그런 메타버스 테크놀로지는 아직 확실히 없다고 설명했다.

4

나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사상가였던 벨 훅스(bell hooks, 1952년에 태어난 미국 흑인 여성으로 문학, 인종,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저술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필명인 bell hooks는 외증조모의 이름으로, 독자들이 저자보다는 글의 내용 자체에 집중하게 하려고 소문자로만 썼다. 2021년 69세로 사망했다.)가 사망한 다음 날 이 목적을 공표하고 있다. 나는 작업을 할 때면 으레 벨 훅스가 한 말들을 떠올리곤 했다. 오늘처럼 슬픈 날, 나는 벨 훅스가 <Belonging: A Culture of Place(소속감: 장소의 문화)>에서 했던 주장에 더없이 고마움을 느낀다. 장소감(a sense of place)이라는 것은 항상 역사 및 기억과 연관된다. 우리들 다수, 특히 우리 흑인들에게, 기억이란 항상 저항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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